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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50대 은퇴하는 동생에게

2017-06-08

 

50대 은퇴하는 동생에게

백세시대신문 [571호] 2017년 5월 26일(금) /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특강을 갈 때마다 나는 하프타임 이야기를 한다. 내가 누구인지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깨닫고 난 후 후반전 삶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목청을 높여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하프타임은 기대수명 70세라고 서른다섯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100세시대가 됐다고 50세까지 기다려서 하는 게 아닙니다. 깨달은 바로 그 때에 하는 것입니다. 20대도, 70대도 하프타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의 임원이었던 동생이 은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50대 초반이다. 그는 가족들 간의 소통방에 글을 올렸다. “오늘자로 자유인이 됐습니다. 31년간 무탈하게 좋은 직장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올립니다. 응원해주신 형제들 고맙습니다.”
31년간 줄기차게 달려온 삶의 바로 다음 날, 그는 그렇게 대낮에 큰 대자로 침대에 누워 은퇴자의 첫 날을 맞았다. 대기업 임원은 그런 것인가? 나 같은 사람은 흉내조차 못 낼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살았다.
새벽 3시면 일어나 회사로 달려가 열심히 운동을 했다. 땀을 닦은 후, 업무 준비를 했다. 군살 없는 단련된 몸매도 임원의 조건이었나 보다. 이어지는 회의와 업무로 밤늦도록 숨쉴 틈 없었을 텐데 어김없이 다음 날 새벽 3시에 기상했다. 출장은 얼마나 잦은지 여러 나라 업무가 있을 땐, 비행기에서 밤을 보내고 날마다 회의의 연속, 계속 초 단위, 분 단위로 세계를 누비며 일했다.
그의 아들이 편지를 보냈단다. “아빠 30년 동안 너무나 대단한 회사를 다니셨어요. 수고하셨어요. 저희 가족이나 사실 거의 누구나 그걸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빠 당연히 아시겠죠? 너무 젊은 나이에 가정을 이루시고 그동안 놓치셨던 것들을 이제 마음껏 즐기실 수 있다는 게 아주 좋네요. 그동안 가족을 위해 아빠가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해오셨는데 이제 신나게 노셔야죠. 쫌만 기다리세요. 아빠의 희생, 제가 당연히 꼭 되갚아 드리겠습니다. 이제 드디어 드론!”
다정한 여동생은 간단하지만 정답게 말했다. “이제 꿈꾸던, 하고 싶던 모든 일 다 해.”
무슨 영문인지 서너 살 꼬마 때부터 형을 ‘형님’이라 불러, 동네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던 막내가 이어 이렇게 썼다.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말 먼저 드립니다. 언젠가는 맞아야 할 일이지만 그 시점이 지금이라는 것에 아쉬움도 많을 것 같고, 새로운 자유가 기다리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기대되는 일일 것 같고 그렇습니다. 일과 자리가 바뀌어도 형님의 존재는 변함없으니 이젠 정말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형님.”
그는 대답했다. “아쉽지 않아. 나름 완성도 있고 영광스런 퇴임이라네. 최근 일년 간 몹시 힘들기도 했었기에 더 후련하고 기쁘고.”
나는 그에게 할 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그랬을 것처럼 자꾸 눈물이 나올 뿐이었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나도 모르겠다. 고맙고 기특하고 애잔하고 가슴 한 켠이 뚝 떨어져 나간 것처럼 허전하기도 한, 뭐 그런 것 같다. 눈물을 훔치며 답을 보냈다. “자랑스러운 내 동생의 결정이니 나는 무조건 환영이네. 그동안 수고 많았고, 애프터 하프타임이 기대되는군.”
100세시대여서 다행이다. 100세시대에 50대 은퇴라면 아주 바람직한 것 아닌가?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제2의 인생을 꿈꾸려면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텐데 지금 팔팔한 한창때여서 다행이다. 사관학교 같았던 직장생활 31년은 그에게 무형의 귀한 자산을 선사했을 것이다. 이제 뭘 해도 잘 할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하는 재주꾼 아들이 부모 봉양할 때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아들과 함께 드론을 날리는 은퇴한 젊은 아빠의 모습은 곧 보게 될 것 같다. 진짜 그의 애프터 하프타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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